최근 며칠간 BBC 뉴스는 조금 달라 보인다. BBC 웹사이트와 뉴스 방송은 현재 단 하나의 소식만을 깊게 보도 중이다. 어디서도 가볍거나 경박한 소식을 보고 들을 수 없고 뉴스 진행자의 어조도 사뭇 엄숙하다.
영국 왕실 가족의 고위급 구성원이 사망했기 때문에 일어난 변화다.
이미 많은 이들이 뉴스를 보고 알고 있겠지만, BBC는 영국 여왕의 남편이자 왕실의 최고위층 네 명 중 한 명인 필립공의 사망 소식을 이런 방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같이 보도되는 왕실의 최고위층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찰스 왕세자(웨일스의 왕자), 왕세손이자 다음 왕위 승계대상인 윌리엄 왕자(케임브리지 공작)다.
BBC는 다른 어떤 언론사보다 이 소식을 진지하게 보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왕실 가족의 사망 소식이 BBC에 중요한 이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 군림한 군주이며 올해로 69년째 왕좌에 있다. 그는 영국과 15개 국의 수장이다.
그는 또한 54개 국 독립국의 자발적 연합이자 대부분 옛날 영국의 식민지였던 영연방의 수장이다. 그는 영국을 넘어 큰 의미가 있다.
영국 왕족이 사망하면 세계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BBC는 이를 바르게 보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여기에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
BBC는 영국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지 않으며, 수신료(license fee)로 불리는 일종의 세금을 통해 영국인으로부터 직접 지원받는다. 이런 자금 조달 방법은 편집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BBC는 수신료 납부자들에게 그 가치를 반드시 증명해야 하며, 영국 왕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영국에서 수년 동안 일관되게 드러나 왔다.
왕대비로 불리던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친이 2002년 별세했을 당시, 사흘동안 왕대비의 유해가 안치된 영국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궁을 방문한 애도객 수는 10만 명 이상이었다.
100만 명 넘는 인파와 1000만 명 이상의 TV 시청자가 그의 관이 최종 안식처인 윈저성으로 향하는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언론은 이 행사를 자세히 보도했다.
이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왕실의 일원에 대한 소식 대부분은 세계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보도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다양한 왕실 행사를 지켜보는 독자들의 수는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간단히 말해 왕실은 큰 뉴스거리며, BBC는 이를 큰 뉴스로 전한다.
BBC 왕실 특파원 조니 다이몬드는 "왕실은 여전히 '단순한 유명 인사'들이 받지 못하는 주목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동화속에나 나올 법한 왕족의 이야기에 끌린다. 비록 현대에는 맞지 않다고 마음 속 깊숙히 알고 있지만 말이다"라고 전했다.
BBC 월드 서비스는 이와 같은 주요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장소다.
월드 서비스 랭귀지 뉴스 컨트롤러 타리크 카팔라는 "고위급 왕실 구성원의 사망은 전 세계 많은 이들의 큰 관심사다. 전 세계 수억 명의 시청자, 청취자, 독자들은 BBC가 이 같은 행사를 가장 포괄적으로 보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BBC는 고위급 영국 왕족의 사망을 어떻게 보도할까?
BBC 독자들은 필립공 별세 소식을 BBC 뉴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먼저 접했을 수도 있다. 이는 BBC가 소식을 빨리 보도하는 것보다 사실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BBC 보도는 속보가 아닌 공식 발표로 느껴졌을 것이다. 여타 언론사들이 눈을 사로잡는 그래픽을 사용할지 몰라도, BBC는 한 생명이 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절제된 어조로 소식을 전해야 한다.
BBC는 왕족 별세 소식 이후 즉시 다른 뉴스를 보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다소 가벼운 뉴스는 BBC 웹사이트, TV, 라디오 뉴스 방송 등에서 다뤄지지 않을 수 있다.
왕족의 사망 발표 후 몇 시간 동안 왕족 별세 소식은 모든 BBC 매체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다.
필립공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보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립공은 왕위 승계 대상이 아니다. 필립공의 장남은 현재 왕위 계승 1위이지만, 필립공은 한 번도 '왕'이라는 직함을 갖지 않았다.
이는 영국에서 군주와 결혼한 여성은 '여왕'이란 직함을 쓸 수 있지만, 남성은 군주와 결혼하더라도 '왕'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왕'이라는 호칭은 오직 남성 통치자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필립공은 1947년 11월 20일 결혼한 이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충실한 동반자였다. 그는 영국 역사상 최장기 집권 중인 여왕의 배우자였고 그의 주된 임무는 여왕의 보필이었다.
여왕은 자신의 모든 연설을 '내 남편과 나는...'이라는 문구로 시작했을 정도로 두 사람은 한 팀이었다.
여왕은 금혼식 행사에서 "그는 모든 세월 동안 나의 힘이었고 의지처였다"며 "나와 그의 모든 가족, 그리고 이 나라와 다른 많은 국가는 (필립공) 본인이 요구하거나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그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중요하다는 인식이 그의 사망 소식을 크게 보도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다이아몬드 왕실 특파원은 "(영국 왕실은) 마지막 남은 세계적 군주 일가"라며 "필립공은 여왕의 곁에서 전 세계 거의 모든 것을 봤고,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이 그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필립공이 "진정한 전 지구적 유명인사"라고 덧붙였다.
필립공: BBC가 왕족 사망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하는 이유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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