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다. 단 2회만에 '하영앓이'를 하게 만든 배우 김남길의 저력이다.
14일과 15일 SBS 새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극본 설이나/연출 박보람)'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드라마로는 '열혈사제' 이후 3년만에 복귀한 김남길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믿고 보는 배우의 완벽한 컴백. 이번엔 '열혈사제'와는 또 다른 진중한 장르물로 '장르물 명가'라 칭하는 SBS의 명성을 다시 한번 높여주는데 큰 힘을 더했다.
한국형 프로파일링의 태동을 그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김남길은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를 모티브로 한 인물 송하영으로 분해 과학 범죄 수사가 아직 활성화 되지 않아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생소하고 단어조차 낯설었던 시대, '악의 심리'를 읽는 직업을 처음 선택해 정착시키는 역할을 연기한다.
1회와 2회는 1998년부터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배경으로 경찰의 강압 수사가 팽배했던 분위기 속 송하영은 어떤 인물이고, 어떤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왜 프로파일러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초기 단계를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드라마의 흐름을 이끄는 하나의 사건과 결부시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각도로 담아내면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기도 했다.
김남길은 그 중심에서 송하영 캐릭터에 완전하게 녹아든 새로운 얼굴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해내야 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유력 용의자에게 폭행을 행사하며 강제 자백을 받아내는 거친 형사들 사이에서 다양한 증거를 토대로 '분석'을 하려는 송하영은 답답한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송하영의 존재는 시청자들을 마음 쓰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본인이 선택한 일을 행함에 있어서는 강직하고 우직한 직진 본능에 예민하고 예리하고 감성적인 성격 역시 타고났다. 이는 동부서 강력반장 박대웅(정만식)과 대치하는 장면들이나, 피해자 어머니의 병실에 살포시 놓아 둔 손수건, 피해 상황을 떠올리며 힘들어 하고 분노하는 공감력, 단서를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치밀함, 범인의 심리를 궁금해하는 모습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외골수 인 듯 보이지만 다채로운 송하영의 감정선을 김남길은 표정과 눈빛, 말투, 설정에 따른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디테일하게 살리며 김남길표 송하영으로 완성해냈다. '강강약약'을 기본 토대로 촉촉한 눈망울,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대사 톤 등은 섬세하게 연기하기로 유명한 김남길을 통해 찰떡 싱크로율로 거듭났다.
김남길은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송하영을 "도전"이라고 표현하며 "조금 섬세하고 디테일한 연기를 해야 했다. 많은 근육을 쓰지 않고 눈빛 안에서 감정들을 읽어내고 표현해야 하는 것에 대한 도전의식이 있었고, 개인적인 목마름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스로도 갈증이 해소됐을 법한 결과물. 시청자 입장에서는 도전을 감행해줘 고마울 따름이다.
특히 1회부터 터진 '화면 장악력'과 '목소리'에 대한 호평은 2회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보여주기식 강렬한 한 방이 없음에도 등장만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존재감과 귀게 쏙쏙 박히는 감미로운 목소리는 배우 본연의 힘이다. 여기에 설탕, 초콜릿 등을 단 것을 좋아하는 설정은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배우의 귀여움까지 배가시켜 출구없는 송하영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회마다 명장면을 만들어내는 것도 놀랍다. 1회에서 빗 속 검은 우비를 입고 등장하더니 '새끼손가락'을 찾으며 수줍게 미소지어 극과 극 분위기를 자아낸 장면과, 2회에서 범인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수감돼 있는 양용철(고건한)과 대담하는 장면, 또한 미성년의 나이로 연쇄 살인을 저지른 조강무(오승훈)와 취조실에서 펼친 고도의 심리전 등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단번에 각인됐다.
시청자들은 '하영이 혈당 절대 지켜' '프로파일러… 하영아 너 말한다 너' '지금 하영이 눈에 눈물 맺힌거 아닙니까. 뭔데 보호본능까지 자극하냐' '하영이 주워가려는 국영수 마음 너무 이해해' '송하영 천재만재. 심리전 내가 다 쫄깃했다' '등장 인물들이 다 송하영을 신경쓰고 좋아해. 나도 그래' '김남길 연기 진짜 미쳤다' '목소리 귀에 때려 박히는데 너무 좋아' '권일용 교수님 세상 뿌듯하실 듯' 등 어느 덧 '송하영 맘'이 된 듯한 반응을 전했다.
2회 말미, 송하영은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 시키면서 드디어 범죄행동분석팀을 꾸리게 된 국영수(진선규)에게 다시 한 번 프로파일러 제안을 받았고 고심 끝 결국 동부서를 떠나 자리를 옮겼다. 앞서 국영수는 송하영에게 '마음의 사냥꾼' 책을 건네며 프로파일러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했다. "사람의 마음을 분석해야 하는 일이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열린 마음, 직관, 논리적 분석력, 사적 감정 분리,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하다. 네가 적임자다" 송하영은 모르지만 국영수도, 시청자도 이미 알고 있는 송하영 그 자체다. 2회만에 시청자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게 된 김남길이 진정한 프로파일러의 세계와 과정의 시행착오를 또 어떻게 그려낼지 주목도를 높인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ongang.co.kr
사진=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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